
36~48개월은 유아 발달에서 감정과 사고, 사회성이 동시에 급격히 확장되는 시기다. 이 시기의 아이는 말로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지만,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은 아직 미완성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부모는 혼란을 느낀다. “이제 말로 다 설명하는데 왜 더 화를 낼까?”, “이해는 하는 것 같은데 왜 행동은 달라지지 않을까?”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이 글은 36~48개월 유아의 신체·인지·정서 발달을 깊이 있게 설명하고, 특히 감정 조절 능력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지, 그리고 부모는 이 시기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현실적인 관점에서 정리한다. 훈육과 통제보다 ‘감정 안내자’로서의 부모 역할에 초점을 맞춰, 갈등을 줄이고 관계를 지키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다.
감정이 복잡해지는 시기
36개월을 지나며 아이의 감정 표현은 이전과 분명히 달라진다. 기쁘면 크게 기뻐하고, 속상하면 이유를 설명하며 울고, 억울함이나 질투 같은 복합적인 감정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다. 단순히 울고 웃던 단계에서 벗어나, 감정을 ‘의미 있는 상태’로 경험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 시기의 아이는 말로 자신의 생각을 꽤 잘 설명한다. 그래서 부모는 자연스럽게 “이제는 말로 통하겠지”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말이 통하는 것 같다가도, 사소한 일에 감정이 폭발하는 상황을 반복해서 마주하게 된다.
이 괴리는 부모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아이가 일부러 말을 안 듣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설명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아이가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해한 내용을 감정적으로 처리할 능력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6~48개월은 사고 능력과 감정 조절 능력의 속도가 맞지 않는 시기다. 머릿속에서는 많은 생각이 동시에 떠오르지만, 그 생각들을 감당할 감정 조절 장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이 불균형이 감정 폭발로 이어진다.
부모가 이 시기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는 분명히 성장했는데, 육아는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이는 퇴보가 아니라, 훨씬 더 복잡한 발달 단계로 진입했다는 신호다.
이 시기의 감정 문제를 ‘버릇’이나 ‘성격’으로 해석하기 시작하면, 부모와 아이 모두가 불필요하게 상처를 입게 된다. 먼저 필요한 것은, 이 변화가 정상적인 발달 과정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사고와 정서의 성장
36~48개월 유아의 사고 발달은 질적으로 큰 도약을 이룬다. 단순한 원인과 결과를 넘어서, 상황과 맥락을 함께 이해하기 시작한다. “내가 이걸 하면 저 사람이 이렇게 느낄 수도 있겠구나”라는 인식의 씨앗이 이 시기에 심어진다.
하지만 이 공감 능력은 아직 불완전하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늘어나지만, 자신의 감정이 강할 때는 쉽게 무너진다. 그래서 친구가 울고 있어도, 자신의 욕구가 더 급하면 그대로 행동을 이어간다.
언어 발달은 눈에 띄게 향상된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질문의 수준도 깊어진다. “왜 그랬어?” “다음에는 어떻게 해?” 같은 질문은 사고가 시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증거다.
문제는 감정이 언어보다 빠르게 튀어나온다는 점이다. 아이는 말로 감정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있지만, 감정의 크기를 조절하는 능력은 여전히 미숙하다. 그래서 말로 설명하다가도 갑자기 울거나 화를 내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 시기의 아이는 규칙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해와 실천은 다르다. 규칙을 어겼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는 반항이 아니라, 자기 조절 능력의 한계다.
상상력의 폭발도 이 시기의 특징이다. 현실과 상상이 뒤섞이면서 두려움이나 걱정이 커질 수 있다. 갑자기 혼자 있기 무서워하거나, 특정 상황을 강하게 거부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 모든 변화는 감정 조절 능력이 형성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혼란스럽지만, 내부에서는 사고와 정서를 연결하는 중요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모가 이 시기의 감정 폭발을 문제 행동으로만 바라보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반대로 감정을 ‘조절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안내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면,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
부모의 감정 안내
36~48개월 아이에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감정을 없애주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아이가 화를 낼 때 이를 즉각 멈추게 하려 하면, 감정은 억눌리거나 다른 방식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
대신 필요한 것은 감정을 말로 정리해주는 경험이다. “지금 많이 속상했구나”, “기대했는데 안 돼서 화가 났구나”처럼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은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이때 중요한 점은 공감과 허용을 구분하는 것이다. 감정을 공감한다고 해서 모든 행동을 허용할 필요는 없다. “화날 수는 있지만, 친구를 때리면 안 돼”처럼 기준은 분명히 유지해야 한다.
부모의 태도는 아이에게 가장 강력한 모델이 된다. 부모가 감정을 다루는 모습을 통해, 아이는 감정이 폭발해도 다시 안정될 수 있다는 경험을 축적한다.
이 시기의 감정 조절 훈련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조금씩 쌓이는 과정이다. 그래서 하루 이틀의 변화에 조급해질 필요는 없다.
부모 역시 감정적으로 흔들린다. 이때 스스로를 자책하기보다, 감정 노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의 감정 관리 역시 아이 교육의 일부다.
36~48개월은 아이가 ‘감정을 가진 사회적 존재’로 성장하는 결정적인 시기다. 이 시기를 어떻게 함께 지나느냐에 따라 이후 관계의 질도 달라진다.
완벽하게 대응하지 못한 날이 있어도 괜찮다. 갈등 이후에 다시 연결되는 경험이 아이에게는 훨씬 큰 배움이 된다.
아이의 감정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해석하고 조율해나가야 할 언어다.
지금 이 과정을 함께 겪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아이의 감정 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돕고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