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36개월은 유아 발달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가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시기다. 언어 능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스스로 결정하려는 자율성이 강해지며, 감정 표현 또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진다. 이 시기의 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웃고, 화내고, 울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부모는 종종 혼란을 느낀다. “왜 이렇게 고집이 세졌지?”, “말은 느는데 왜 더 힘들어질까?”, “이제 정말 훈육을 해야 하는 걸까?”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이 글은 24~36개월 유아의 신체·언어·정서·자율성 발달을 충분한 분량으로 설명하고, 이 시기를 통제의 관점이 아닌 ‘조율과 동반 성장’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이의 자율성을 지키면서도 부모의 중심을 잃지 않는 현실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다.
자율성이 폭발할 때
24개월을 전후로 아이는 눈에 띄게 달라진다. 이전에는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움직이던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려는 모습을 강하게 보인다. 옷을 고르겠다고 하고, 밥 먹는 순서를 주장하며, 가고 싶은 방향을 분명히 표현한다.
이 변화는 단순한 성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이의 내면에서 큰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다. 아이는 이제 ‘내가 원하는 것’과 ‘세상이 허락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 간극을 경험하는 과정이 바로 갈등과 고집으로 나타난다.
부모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힘들어졌다고 느낄 수 있다. 말도 늘고 이해력도 좋아진 것 같은데, 왜 설명이 통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이는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해한 뒤에도 자신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아이는 ‘말을 안 듣는 존재’가 아니라, ‘말을 이해한 상태에서 선택하려는 존재’에 가깝다. 그래서 이전과 같은 방식의 육아는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24~36개월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가장 많은 조정이 필요한 시기다. 이 변화를 문제로 볼 것인지, 성장의 언어로 해석할 것인지에 따라 육아의 난이도는 크게 달라진다.
말과 사고의 확장
24~36개월 유아의 언어 발달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큰 변화를 보인다. 단어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두 단어 이상을 연결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한다. “이거 싫어”, “내가 할래”, “엄마 같이 가” 같은 문장이 일상적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말이 늘었다고 해서 감정을 말로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여전히 감정 조절 능력이 미숙하다. 그래서 말로 요구하다가도, 원하는 반응이 즉시 돌아오지 않으면 행동으로 감정이 폭발한다.
이 시기의 사고 발달에서 중요한 변화는 ‘원인과 결과를 넘어선 기대’다. 아이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한다. “지난번에는 됐는데”, “어제는 해줬는데”라는 인식이 생긴다.
이 기대가 어긋날 때 아이는 단순한 실망을 넘어 강한 분노를 느낀다. 아직 유연하게 상황을 재해석할 수 없기 때문에, 감정은 그대로 표출된다.
자율성 욕구도 함께 폭발한다. 아이는 스스로 선택하고 싶어 하고, 그 선택이 존중받기를 원한다. 이는 고집이 아니라, 자아가 형성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다.
이 시기에 부모가 모든 선택을 대신해주면 아이는 더 강하게 저항한다. 반대로 아무 기준 없이 모두 허용하면, 아이는 혼란을 느낀다. 그래서 ‘선택 가능한 범위’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 옷 입어”가 아니라 “이 옷이랑 이 옷 중에 뭐 입을래?”처럼 제한된 선택지를 주는 방식은 자율성과 안정감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아이의 질문이 늘어나는 것도 이 시기의 특징이다. “왜?”, “뭐야?”, “어디 가?” 같은 질문은 귀찮음의 신호가 아니라, 사고가 확장되고 있다는 증거다.
부모가 모든 질문에 완벽히 답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질문을 무시하지 않고 반응해주는 경험이 사고 발달을 지지한다.
부모의 조율 역할
24~36개월 시기의 부모 역할은 통제자가 아니라 ‘조율자’에 가깝다. 아이의 모든 행동을 막거나 지시하는 대신, 안전한 범위 안에서 선택과 시도를 허용하는 역할이다.
이 시기에는 훈육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지만, 처벌 중심의 훈육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아이는 아직 충동을 스스로 조절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기준을 명확히 하되,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 것이다. “안 되는 건 안 돼”라고 말하되, 아이의 감정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아이가 크게 울거나 화를 낼 때, 부모가 함께 감정적으로 반응하면 상황은 쉽게 악화된다. 반대로 부모가 비교적 안정된 태도를 유지하면, 아이의 감정도 서서히 가라앉는다.
이 과정에서 부모 역시 지친다. 그래서 이 시기의 육아는 ‘아이 교육’ 이전에 ‘부모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구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부모가 완벽하게 대응하지 못한 날이 있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다시 연결되는 경험이다. 갈등 이후에 안아주고, 설명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이 아이에게는 훨씬 큰 학습이 된다.
24~36개월은 아이가 세상과 협상하는 법을 배우는 시기다. 부모는 그 협상의 첫 상대가 된다. 이 관계에서 아이는 존중받는 법과 한계를 동시에 배운다.
지금의 고집과 떼는 사라질 문제가 아니라, 다른 형태로 성장할 감정의 에너지다. 그 에너지를 억누르기보다, 안전하게 흘러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오늘도 아이와 부딪히고, 설명하고, 다시 손을 잡았다면 충분하다. 이 시기의 육아는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함께 연습하는 시간이다.
지금의 어려움은 분명 지나가고, 그 자리에 아이와 부모 모두 한 단계 성장한 관계가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