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돌 전후는 아기 발달에서 하나의 분기점이 되는 시기다. 아기는 더 이상 ‘아기처럼만’ 행동하지 않고, 자신의 의도를 표현하며 주변 환경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다. 이 변화는 신체적인 성장뿐 아니라 정서, 인지, 사회성 전반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그래서 부모는 기대와 설렘만큼이나 혼란과 부담을 함께 느끼게 된다. “이제 정말 유아가 되는 걸까?”, “훈육을 시작해야 하나?”, “부모로서 내가 더 준비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 글은 첫돌 전후 아기에게 나타나는 주요 변화들을 차분히 정리하고, 이 시기를 맞이하는 부모가 어떤 마음가짐과 준비를 하면 좋은지 현실적인 관점에서 안내한다. 성장의 속도보다 방향을 이해하고, 조급함보다 관계를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아기에서 유아로
첫돌 전후는 부모가 느끼기에도 분명한 변화가 감지되는 시기다. 이전까지는 보호자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아기가 이제는 스스로 움직이고, 선택하고, 거부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한다. 단순히 자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장’을 가진 존재로 변해가는 과정이다.
이 시기의 변화는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어느 날부터 안아달라고 손을 뻗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혼자 하겠다며 밀어내는 모습이 반복된다. 부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다가도, 금지된 행동을 일부러 반복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래서 많은 부모가 혼란을 느낀다. “이게 반항일까?”, “벌써 훈육이 필요한 걸까?”, “지금부터 잘못 잡히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하지만 이 시기의 행동은 문제라기보다 성장의 신호에 가깝다.
첫돌 전후의 아기는 세상과 자신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보호자와 자신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느껴졌다면, 이제는 ‘나’와 ‘너’를 구분하며 관계를 재정립하는 단계에 들어선다. 이 과정에서 충돌과 혼란이 생기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를 ‘통제해야 할 문제’로 보느냐, 아니면 ‘성장 과정’으로 이해하느냐다. 관점이 달라지면 부모의 대응도 훨씬 부드러워질 수 있다.
몸과 마음의 변화
첫돌 전후 아기의 신체 발달은 이전보다 훨씬 역동적이다. 혼자 서거나 걷기 시작하는 아기도 있고, 아직 걷지 못했더라도 이동하려는 의지는 분명해진다. 가구를 붙잡고 이동하거나, 손을 잡아 달라고 요구하는 행동이 늘어난다.
하지만 이 시기의 핵심은 ‘걷기 여부’가 아니다. 자신의 몸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고,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보는 반복 속에서 아기는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조정해간다.
인지 발달 역시 눈에 띄게 확장된다. 아기는 보호자의 말과 표정을 이전보다 훨씬 정확하게 읽어낸다. 간단한 지시를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동시에 자신의 의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때 나타나는 떼쓰기나 울음은 고집이 세서가 아니다. 아직 언어로 충분히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원하는 것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처음으로 강하게 경험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정서적으로도 변화가 크다. 특정 보호자에 대한 애착이 더욱 분명해지고, 분리 상황에 대한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이는 불안정함의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애착이 잘 형성되었다는 증거다.
사회성의 기초도 이 시기에 다져진다. 다른 사람의 반응을 살피고, 웃음이나 표정을 통해 상호작용을 시도한다. 아직 또래와 함께 노는 단계는 아니지만, 타인의 존재를 분명히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 모든 변화는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아기 스스로도 혼란을 느낀다. 그래서 감정 기복이 심해 보이거나, 하루에도 여러 번 태도가 바뀌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일관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능력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부모가 준비할 것
첫돌 전후를 맞이하는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준비는 ‘마음의 전환’이다. 아기를 여전히 보호만 필요한 존재로만 보던 시선에서, 점차 스스로 선택하고 경험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으로 옮겨가야 한다.
이 시기에는 훈육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지만, 엄격한 규칙을 가르치는 단계는 아니다. 먼저 필요한 것은 일관된 반응과 안전한 한계를 제시하는 것이다. 안 되는 행동에는 분명하게 “안 돼”라고 말하되, 감정적으로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
아기가 감정을 폭발시킬 때, 부모가 즉각적으로 통제하려 들면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 대신 “지금 화가 났구나”, “원하는 게 있었구나”처럼 감정을 짚어주는 태도가 도움이 된다. 이는 언어 발달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생활 환경 역시 조금씩 조정할 필요가 있다. 위험한 물건을 치우고, 아기가 스스로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좋다. 모든 행동을 막기보다, 안전한 범위 안에서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발달에 도움이 된다.
부모 자신에 대한 기대도 조정해야 한다. 완벽한 대응을 하려고 애쓰다 보면 쉽게 지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매 순간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아기와의 관계를 지키는 것이다.
첫돌 전후는 아기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전환기다. 이전의 육아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실패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아기는 지금 자기만의 속도로 세상을 배우고 있다. 넘어지고, 울고, 다시 시도하는 모든 과정이 성장이다. 그 곁에서 부모는 앞서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경험을 지켜보는 사람으로 존재하면 충분하다.
오늘 하루도 완벽하지 않았더라도 괜찮다. 아기와 눈을 마주치고, 감정을 받아주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중요한 준비는 끝난 셈이다.
첫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 시기를 지나며 아기와 부모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게 된다. 그 변화는 서툴고 느릴 수 있지만, 분명 의미 있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 이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