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 아이가 19개월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그동안 혼자서도 제법 잘 놀던 아이가 갑자기 제 다리에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화장실 문을 닫으면 울음을 터뜨렸고, 외출할 때는 걷기 싫다며 계속 안아달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왜 이러나 싶어서 당황스러웠는데, 찾아보니 재접근기라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하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지만 제가 직접 겪으며 느낀 점들을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재접근기는 정확히 무엇이고, 왜 생기는 걸까
재접근기는 보통 16개월에서 24개월 사이에 나타나는 발달 단계입니다. 아이가 걷기 시작하고 세상을 탐색하면서 독립적인 마음이 생기는 동시에, 엄마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함께 커지는 시기입니다. "나는 혼자 할 수 있어"라는 마음과 "엄마 없이는 무서워"라는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 번 오가면서 아이 스스로도 혼란스러워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하루 종일 안아달라고 하고, 아빠도 거부하며 엄마만 찾습니다. 감정 기복이 심해서 스스로 하겠다고 했다가도 갑자기 짜증을 내고, 혼자 놀이에 집중하지 못하고 부모를 따라다닙니다. 저희 아이도 제가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널 때면 제 다리 사이에 얼굴을 넣고 꼭 붙어 있었습니다. 밤에도 자주 깨서 다시 재우기가 힘들어졌고요.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 시기는 분리 개별화 단계라고 부릅니다. 주 양육자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해가는 과정인데,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겪는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시기라고 말합니다. 생후 8개월쯤 낯가림과 분리불안으로 한 번 엄마에게 달라붙었다가, 돌 이후 조금씩 떨어졌던 아이가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에서 재접근기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시기는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었습니다. 무게가 나가는 아이를 하루 종일 안고 있어야 했고, 집안일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엔 아이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돼서 답답했는데, 발달 과정상 정상이라는 걸 알고 나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아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성장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공감은 필요하지만, 원칙까지 무너뜨려선 안 된다
재접근기를 대하는 전문가들의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한쪽에서는 아이의 불안을 최대한 수용하고 안정감을 주라고 강조합니다. 안아달라는 요구를 거부하지 말고,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도 지지해주며, 혼란스러운 감정에 공감해주라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 충분히 받아주지 못하면 안정적인 애착 형성이 어렵고, 다음 발달 단계로 건강하게 넘어가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재접근기를 특별하게 취급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평소와 똑같이 일관된 원칙을 유지하되, 적당한 배려만 더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재접근기라고 해서 아이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오히려 떼쓰는 아이로 만들 수 있고, 부모가 아이에게 끌려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육아의 기본은 부모 위주의 일상에서 아이가 적응하게 하는 것이지, 재접근기 때문에 육아 방식을 바꾸는 게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저는 두 관점 모두 일리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아이를 키우면서 공감과 원칙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아이가 불안해하는데 무조건 단호하게만 대하기는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최대한 많이 안아주되, 안 되는 건 여전히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 전에 물 달라는 요구는 들어주지 않았고, 수면 의식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다만 잠들 때 옆에 더 오래 있어주고, 중간에 깨면 등을 토닥여주는 식으로 배려는 더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재접근기에는 훈육보다 공감에 집중하라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이 부분이 조심스러웠습니다. 공감한다고 떼를 다 받아주다 보면 나중에 더 힘들어질 것 같았거든요. 실제로 주변에서 재접근기 때 너무 아이 중심으로 맞춰줬다가 이후에 더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의 감정은 인정해주되, 규칙은 일관되게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재접근기는 대부분 몇 달 안에 자연스럽게 완화됩니다. 저희 아이도 20개월쯤 절정이었다가 22개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외출할 때 다시 스스로 걷겠다고 하고, 집에서도 혼자 놀이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화장실 가는 것도 예전처럼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됐고요.
이 시기를 지나면서 느낀 건, 아이를 키우는 데 정답은 없다는 것입니다. 재접근기를 알고 있으면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육아법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하던 대로 일관되게 대하되, 아이가 힘들어하는 순간에는 조금 더 여유를 두고 기다려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제 경험상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건 부모의 체력과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아이가 왜 이러는지 이해하고 나니 덜 답답했고, 언젠가는 지나갈 시기라는 걸 알고 있으니 조금 더 버틸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재접근기는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힘든 시기지만, 동시에 아이가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 시기를 잘 넘기면 아이는 더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조금만 더 버텨보시길 바랍니다. 분명히 지나갑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H_aWTDDQVw, https://www.youtube.com/watch?v=L4qDluebzo8&t=295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