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를 하다 보면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문득 불안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아이는 크게 아픈 곳도 없고, 하루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있는데도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SNS에서 본 다른 아이의 모습, 육아서 속 문장 하나가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이 불안은 육아가 힘들어서만 생기는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책임감이 커질수록, 아이를 더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클수록 더 자주 고개를 든다. 이 글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안’이 왜 반복되는지, 그 불안이 생기는 구조는 무엇인지, 그리고 부모가 스스로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기준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차분히 정리한다. 육아의 정답을 찾기보다, 흔들릴 때 돌아올 수 있는 기준점을 만드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아무 일 없어도 불안해지는 순간들
육아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순간은 문제가 생겼을 때가 아니라, 오히려 아무 일도 없을 때 찾아온다. 아이는 오늘도 잘 먹고, 잘 놀고, 크게 울지 않고 하루를 보냈는데, 밤이 되면 괜히 마음이 불안해진다.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이 방식이 맞는 걸까?”라는 질문이 이유 없이 떠오른다.
이 불안은 외부 자극에 의해 쉽게 증폭된다. 누군가 “요즘은 이렇게 키워야 한대”라고 말하거나, SNS에서 또래 아이의 발달 이야기를 보거나, 육아서에서 강조하는 문장을 마주하는 순간 마음은 흔들린다. 그전까지 괜찮다고 느꼈던 선택들이 갑자기 부족해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육아가 일상이 된 시점에서 이 불안은 더 자주 나타난다. 초반에는 하루하루를 버티는 데 집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잘 버티는 것’보다 ‘잘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부모의 시선은 아이보다 자기 자신을 향하게 된다. 중요한 점은, 이런 불안이 특별한 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책임감을 느끼는 대부분의 부모가 겪는 매우 보편적인 감정에 가깝다.
잘하고 있는지 불안해지는 구조
부모의 불안은 단순히 자신감 부족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육아에 명확한 정답이 없다는 구조적 특성에 있다. 같은 상황에서도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고, 아이마다 반응은 다르며, 환경에 따라 결과도 달라진다. 이런 조건 속에서 부모는 늘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은 주어지지 않는다.
또한 육아의 결과는 단기간에 확인할 수 없다. 오늘의 선택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몇 달, 몇 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불확실성은 부모를 끊임없는 자기 점검 상태로 몰아넣는다. ‘지금은 괜찮아 보여도 나중에 문제가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여기에 비교 문화가 더해진다. 과거에는 주변 몇 명과만 비교했다면,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 수많은 사례를 접하게 된다. 이 비교는 자연스럽게 ‘기준의 상향’을 만든다. 평균이 아니라, 가장 잘하는 사례가 기준처럼 느껴지면서 부모는 늘 부족한 위치에 서게 된다. 이 구조 속에서 부모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평가하게 된다. 아이의 반응 하나하나가 ‘내 선택의 결과’처럼 느껴지고, 작은 문제도 곧바로 자신의 잘못으로 연결된다. 이렇게 형성된 불안은 시간이 갈수록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불안을 키우는 생각의 패턴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을 키우는 데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사고 패턴이 있다. 첫 번째는 ‘완벽한 기준’을 상정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충분히 사랑을 주고 싶고, 실수 없이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할수록 부모는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세운다. 하지만 이 기준은 현실적인 육아 환경과 쉽게 충돌한다.
두 번째는 결과 중심의 사고다. 아이가 울면 ‘내 대응이 잘못됐나?’라고 즉각 해석하고, 아이가 보채면 ‘내가 뭔가 놓쳤나?’라고 자신을 점검한다. 하지만 아이의 반응은 부모의 행동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기질, 컨디션, 발달 단계가 함께 작용한다.
세 번째는 감정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힘들게 느껴지는 걸 보면 내가 잘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육아가 힘들다고 해서 잘못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힘듦은 노력의 부족이 아니라, 소모의 결과일 수 있다.
이런 생각의 패턴이 반복되면, 부모는 점점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외부 기준에 더 의존하게 되고, 그 의존은 다시 불안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불안할 때 돌아올 수 있는 현실적인 기준
불안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흔들릴 때 돌아올 수 있는 기준이다. 가장 먼저 점검할 것은 아이의 ‘하루 전체’다. 잘 먹고, 잘 놀고, 깨어 있는 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큰 방향에서의 육아는 잘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기준은 지속 가능성이다. 지금의 방식이 며칠이 아니라, 몇 주, 몇 달 동안 유지 가능한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부모가 계속 소진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아이에게도 도움이 되기 어렵다.
세 번째는 ‘완벽함’이 아니라 ‘회복 가능성’이다. 실수했을 때 다시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그 선택은 실패가 아니다. 육아는 한 번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일이 아니라, 수많은 조정의 합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기준은 부모 자신의 상태다. 너무 불안하고, 늘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할 신호일 수 있다. 부모의 마음 상태는 육아의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라, 핵심 요소다.
잘하고 있는지 묻는 부모는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은 실패의 신호가 아니다. 오히려 아이를 진지하게 돌보고 있다는 증거에 가깝다. 무관심한 사람은 이런 질문조차 하지 않는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지만, 분명한 방향은 있다. 아이를 해치지 않으려는 마음, 관계를 지키려는 태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노력은 모두 그 방향 위에 있다.
불안해질 때마다 완벽한 답을 찾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지금의 선택이 아이와 부모 모두를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고 있다 강조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지금도 흔들리면서 여기까지 온 부모라면, 이미 많은 것을 해내고 있다. 그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이 긴 육아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