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아이가 밤마다 울 때 제가 뭘 잘못한 건 아닌지 계속 자책했습니다. 낮에는 멀쩡하던 아이가 저녁만 되면 얼굴이 빨개지도록 울었고, 아무리 안아도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야 이게 영아산통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때는 매일 밤이 두려웠습니다. 영아산통은 생후 4개월 이하 아기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경험하는 흔한 증상입니다. 보통 생후 2주에서 4주 사이에 시작해 50일 무렵 가장 심해지고, 100일쯤 되면 점차 나아집니다. 질병이 아니라 성장 과정의 한 부분이지만, 겪는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힘든 시기입니다.
단순히 많이 우는 것과 영아산통, 어떻게 다를까요?
모든 아기가 우는 건 당연합니다. 배고프거나 졸리거나 기저귀가 불편하면 웁니다. 그런데 영아산통은 좀 다릅니다. 일주일에 3회 이상, 한 번에 3시간 이상 울고, 이런 상태가 3주 이상 지속되면 영아산통으로 정의합니다. 하지만 실제 육아에서는 시계를 들고 정확히 시간을 잴 수 없습니다. 제 경험상 더 확실했던 건 울음의 ‘질’이었습니다.
아이는 저녁 7시쯤 되면 갑자기 하이톤으로 자지러지듯 울기 시작했습니다. 주먹을 꽉 쥐고 몸을 활처럼 뒤로 젖히더니, 다리를 배 쪽으로 끌어올리며 온몸에 힘을 줬습니다. 배를 만져보면 단단하게 팽창해 있었고, 트림을 시켜도 쉽게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낮에는 비교적 잘 지내다가 밤에만 이러니 처음엔 어디가 심각하게 아픈 건 아닌지 무서웠습니다.
영아산통의 가장 큰 특징은 달래도 달래도 진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평소 같으면 안아주거나 젖을 물리면 금방 괜찮아지는데, 영아산통 때는 무엇을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다 한 시간, 길게는 두세 시간 울고 나면 아이도 지쳐서 갑자기 잠들어버립니다. 이 패턴이 반복되면 영아산통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모든 울음을 영아산통으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생후 4개월 이후에 처음 시작되었거나, 발열이 동반되거나, 분수처럼 반복적으로 토하거나, 혈변이 나오는 경우라면 장중첩증 같은 다른 질환을 의심해야 합니다. 낮에도 처져 있고 잘 놀지 않는다면 단순 영아산통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밤마다 심하게 우는 일이 반복된다면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받아 다른 질환이 없다는 걸 먼저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영아산통은 왜 생길까요?
영아산통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장 유력한 가설은 소화기 미숙입니다. 모유나 분유 속 유당이 제대로 분해되지 않으면서 장내 가스가 차고, 이게 통증을 유발한다는 설명입니다. 아기는 가스가 차도 어른처럼 적절히 힘을 주어 배출하는 능력이 아직 미숙합니다. 그래서 온몸에 힘을 주고 다리를 배 쪽으로 끌어올리며 울게 됩니다.
또 수유 중 공기를 많이 삼키거나, 과식하거나, 급하게 먹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분유 수유의 경우 젖병을 통해 공기 유입이 많아질 수 있고, 모유 수유라도 전유만 먹거나 급하게 먹으면 가스가 더 잘 찰 수 있습니다. 결국 대부분은 장이 성숙하면서 자연스럽게 호전됩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대처법은 무엇일까요?
제가 시도해본 방법 중 가장 도움이 됐던 건 수유 자세를 바꾼 것이었습니다. 모유 수유 중이라면 한쪽 젖을 충분히 먹이거나, 앞젖을 조금 짜고 수유하면 가스 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분유 수유라면 수유 간격을 조금 늘려 한 번에 충분히 먹게 하고, 젖꼭지 단계가 적절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급하게 먹으면 공기를 많이 삼키기 때문입니다. 저는 분유를 약간 넉넉히 타서 마지막 공기 섭취를 줄이는 방법도 써봤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습니다.
트림은 수유 중간중간에도 자주 시켜주는 게 좋습니다. 배를 따뜻하게 해주거나 배 마사지를 해주는 것도 시도해볼 만합니다. 효과가 크지 않다는 연구도 있지만, 해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자전거 다리 운동처럼 다리를 부드럽게 굽혔다 펴는 동작을 반복하면 가스 배출에 도움이 됩니다. 공갈젖꼭지나 백색소음, 포대기로 감싸주는 것도 아이를 진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모유 수유 중이라면 엄마의 식단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카페인, 매운 음식, 탄산음료, 유제품 같은 걸 2주 정도 줄여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는 커피를 끊었더니 아이가 조금 덜 우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으니 모든 아기에게 같은 효과가 있는 건 아닙니다.
저유당 분유나 특수 분유, 유산균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모유 수유 중이라면 굳이 분유로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모유 수유를 지속하는 게 영아산통 기간을 줄이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유산균을 줄 때는 영아산통에 효과가 입증된 균주인지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차를 타고 움직이면 진정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밖으로 산책을 나가거나 바운서에 눕혀 부드럽게 흔들어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단, 절대 세게 흔들어서는 안 됩니다. 흔들린 아기 증후군은 매우 위험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부모가 자책하지 않는 것입니다. 영아산통은 부모가 잘못해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달래도 달래도 진정되지 않는 게 영아산통의 특징이니까, 아이가 그치지 않는다고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그때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해결책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마음에는 더 도움이 됐습니다. 영아산통은 증상이지 질병이 아닙니다. 대부분 생후 3~4개월이 되면 자연스럽게 호전됩니다. 당장은 힘들지만 분명히 끝이 있는 시기입니다. 만약 너무 지친다면 다른 사람에게 잠시 맡기고 쉬는 것도 필요합니다. 부모가 무너지면 아이도 힘들어집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어느 날 갑자기 울음이 줄고 잘 자게 됩니다.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으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 겁니다.
※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아기의 울음이 지속되거나 다른 이상 증상이 보인다면 반드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g76jt3RGR4&t=20s, https://www.youtube.com/watch?v=IXWmQfkjHK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