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아이가 또래보다 늦게 걷기 시작하면 문제가 있는 걸까요?" 일반적으로 돌 무렵이면 걷기 시작해야 정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아이마다 발달 속도는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저 역시 우리 아이가 뒤집기와 걷기에서 또래보다 늦을 때 매일 검색하며 불안해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대근육 운동발달이란 머리 가누기부터 걷기, 뛰기까지 전신을 사용하는 동작의 발달 과정을 의미하는데, 이 발달 순서를 제대로 이해하면 불필요한 걱정을 덜 수 있습니다.
신생아부터 돌까지, 대근육 발달의 핵심 단계
신생아 시기에는 팔다리를 구부리고 있는 것이 정상적인 근긴장도(muscle tone)를 보이는 신호입니다. 여기서 근긴장도란 근육이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긴장 상태를 의미하는데, 신생아가 팔다리를 축 늘어뜨리고 있다면 신경학적 문제를 의심해봐야 합니다(출처: 대한소아과학회). 이 시기에는 모로 반사, 잡기 반사, 보행 반사 같은 원시반사가 활발하게 나타나는 것이 건강한 발달의 증거입니다.
1개월이 되면 엎드린 자세에서 머리를 좌우로 돌릴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경추 근육(neck muscle)이 발달하는 첫 신호입니다. 2개월에는 180도 시각 추적이 가능해지고, 3개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머리를 가누기 시작합니다. 제 아이의 경우 3개월 무렵 엎드려 놓으면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4~5개월이 되면 많은 부모들이 초조해하는 뒤집기가 시작됩니다. 일반적으로 엎드린 자세에서 바로 누운 자세로의 뒤집기가 먼저 나타나고, 그 다음 누운 자세에서 엎드린 자세로의 뒤집기가 이어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누운 자세로 주로 키운 아이는 뒤집기가 늦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아이를 엎드려 놓는 것이 불안해서 주로 눕혀 키웠는데, 덕분에 뒤집기가 6개월 가까이 되어서야 시작됐습니다. 그때는 괜히 제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닐까 자책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냥 아이가 자기 속도대로 준비 중이었던 거였습니다.
7개월에는 혼자 앉기가 가능해지고, 9개월이 되면 앉은 자세에서 허리를 돌리는 회전 동작까지 자유로워집니다. 이 시기부터는 배밀이와 네 발 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여기서 주의할 점은 모든 아이가 반드시 기기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일부 아이들은 기기를 건너뛰고 바로 붙잡고 서기로 넘어가기도 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10개월부터 돌까지는 독립 보행을 준비하는 결정적 시기입니다. 10개월에는 붙잡고 일어서기와 붙잡고 걷기가 가능해지고, 12개월 전후로 혼자 걷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많아집니다. 하지만 15개월까지는 정상 범위에 속하기 때문에, 돌이 지났는데도 걷지 못한다고 해서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돌 이후 대근육 발달 순서
일반적으로 15개월이면 혼자 걷는 것이 안정되고 계단을 기어 올라갈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아이는 16개월이 되어서야 제대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조심성이 많고 관찰형 성향이라 그런지 매번 다른 아이들보다 한발씩 늦었습니다. 처음 뒤집기를 했을 때도 몇 번 시도하다가 다시 안 하는 시기가 길었고, 걷기 역시 손을 잡고는 잘 걷다가도 혼자 서라고 하면 주저앉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부러 더 많이 도와주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손을 잡고 계속 걷게 하거나, 억지로 일어서게 하거나, 자세를 만들어주려고 했던 거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건 아이는 준비가 되면 결국 스스로 시도하고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발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너무 개입하니까 아이가 스스로 도전할 기회를 뺏는 것 같았습니다.
18개월이 되면 한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고 서툴게 뛰기 시작합니다. 24개월, 즉 두 돌이 되면 뛰는 동작이 훨씬 자연스러워지고 계단도 한 계단씩 오르내릴 수 있게 됩니다. 30개월에는 교대 보행(alternating gait)이 가능해지는데, 이는 한 발씩 번갈아 가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작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어른처럼 자연스럽게 계단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시기입니다.
세 돌인 36개월이 되면 대근육 발달의 주요 마일스톤은 거의 완성됩니다. 붙잡지 않고도 한 발씩 번갈아 계단을 오르고, 한 발로 잠깐 서 있을 수 있으며, 세발자전거까지 탈 수 있게 됩니다. 이 시기가 되면 아이의 운동 능력이 눈에 띄게 발달해서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뿌듯합니다.
느린 우리 아이는 괜찮을까
주의할 점은 대근육 발달 지연의 기준입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소아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 4개월이 되어도 머리를 전혀 가누지 못하는 경우
- 7개월이 되어도 혼자 앉지 못하거나 뒤집기를 전혀 하지 않는 경우
- 15개월이 지났는데도 혼자 걷지 못하는 경우
하지만 이런 기준에 걸리지 않는다면, 아이가 조금 늦더라도 그건 그 아이만의 발달 속도일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돌아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하느냐'보다 '아이의 속도대로 하고 있느냐'였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움직이고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고,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이 부모에게는 가장 어렵지만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이는 결국 자기 속도대로 준비가 되면 스스로 해냅니다. 그 과정을 믿고 기다려주는 것, 그게 바로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