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 아이는 활동적인 편이라 점퍼루를 유독 좋아했습니다. 위아래로 뛰면서 노는 모습을 보면 즐거워 보였고, 그 시간 동안 저도 잠깐 숨을 돌릴 수 있어서 처음엔 꽤 유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용하다 보니 한 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아이가 이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바닥에서 자유롭게 기고 뒤집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사용 시간을 줄이게 되었고, 보행기는 아예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보행기와 점퍼루, 실제 발달에 도움이 될까
많은 부모님들이 보행기나 점퍼루를 사용하면 아이의 운동 발달이 빨라질 거라고 기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연구 결과를 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보행기를 사용한 아이와 사용하지 않은 아이를 비교한 연구에서, 보행기를 사용한 아이들이 뒤집기, 기기, 서기, 걷기 등의 발달 시기가 평균적으로 더 늦어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출처: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물론 몇 주 정도 차이이기 때문에 큰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발달을 촉진하는 도구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여기서 '운동 발달(motor development)'이란 아이가 신체를 조절하고 움직이는 능력이 단계적으로 발달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목 가누기, 뒤집기, 기기, 잡고 서기, 걷기 같은 순차적인 발달 단계를 말합니다.
점퍼루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아이가 점프 동작을 할 때는 원래 전신 근육을 조화롭게 사용해야 하는데, 점퍼루에서는 골반과 다리만 주로 사용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근육 발달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직접 써본 경험으로는, 점퍼루를 타는 동안 아이가 즐거워하긴 했지만 그게 발달에 특별히 도움이 됐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바닥에서 자유롭게 놀 때 더 다양한 움직임을 보였고, 스스로 몸을 움직이려는 시도도 많았습니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자세입니다. 점퍼루를 사용할 때 골반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발이 너무 떠 있거나 반대로 너무 많이 닿아서 체중이 과하게 실리면 관절에 부담이 갈 수 있습니다. 특히 목과 허리 힘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하면 경추나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셔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런 육아템들은 아이 발달을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부모의 육아를 조금 더 편하게 하기 위한 보조 수단에 가깝습니다. 사용하셔도 되지만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고, 사용하더라도 짧은 시간만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안전성 문제, 특히 보행기는 위험하다
보행기는 안전성 측면에서 특히 문제가 많습니다. 아이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계단이나 문턱에서 넘어질 수 있고, 손이 닿는 범위가 넓어져서 뜨거운 물건을 잡아당기다가 화상을 입는 사고도 실제로 발생합니다.
캐나다에서는 2004년부터 보행기 판매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을 정도입니다(출처: Health Canada). 이는 보행기 관련 사고가 그만큼 많이 보고됐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런 내용을 알고 나서는 보행기를 구매할 생각을 완전히 접었습니다.
보행기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가 스스로 갈 수 없는 곳까지 이동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아직 걷지 못하는 단계인데 바퀴를 통해 빠르게 이동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실제로 보행기를 타고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가 해외에서 여러 건 보고된 바 있습니다.
또 보행기를 오래 사용한 아이들 중에는 까치발 보행(toe walking) 습관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까치발 보행이란 발뒤꿈치를 바닥에 대지 않고 발끝으로만 걷는 보행 패턴을 말합니다. 장기간 보행기를 사용하면 이런 비정상적인 보행 패턴이 고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쏘서나 점퍼루를 사용할 경우에도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합니다. 사용 시 주의할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세: 골반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하고, 아이가 곧게 앉을 수 있도록 합니다
- 높이 조절: 발이 너무 떠 있거나 반대로 체중이 과하게 실리지 않도록 적절한 높이로 맞춥니다
- 사용 시간: 한 번에 20분 이내로 짧게 사용하며, 하루 2회 이내로 제한합니다
- 중단 시기: 아이가 기어 다니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시간을 조금 더 연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안전을 생각하면 규칙을 지키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적절한 사용 시기는 언제일까
사용 시기와 관련해서는 개월 수보다 아이의 발달 상태가 더 중요합니다. 보통 4~6개월 사이, 겨드랑이를 잡고 세웠을 때 아이가 상체를 잘 지탱할 수 있고 엎드렸을 때 상체를 들고 주변을 볼 수 있는 정도라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리하게 일찍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쏟서나 점퍼루 같은 육아템은 있으면 편한 도구였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그런 도구 없이도 충분히 잘 발달했고, 오히려 바닥에서 스스로 움직이며 노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보행기는 안전성 문제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 편이고, 쏘서와 점퍼루는 아이의 발달 상태에 맞춰 짧은 시간만 사용하되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육아템을 선택할 때는 발달 촉진보다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게 맞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HBHBKtGY7g, https://www.youtube.com/watch?v=XJw0QS8wP4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