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집에 아기를 데려왔던 날, 저는 목욕 시간만 되면 긴장했습니다. 물 온도는 몇 번이나 재확인했고, 혹시 미끄러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손에 땀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느끼는 순간, 오히려 그때가 더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방심이 작은 실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생아 목욕은 단순한 위생 관리가 아니라, 안전이 전제되어야 하는 일상입니다.
신생아 목욕, 언제부터 얼마나 자주 해야 할까
아기를 처음 낳으면 "언제부터 목욕을 시켜도 되나요?"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저도 조리원에서 퇴원하던 날, 간호사에게 여러 번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의학적으로 신생아는 태어난 직후가 아니라 최소 6시간, 가능하면 24시간 이후에 목욕하는 것이 권장됩니다(출처: 대한소아과학회). 여기서 24시간이란 단순히 시간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아기가 자궁 밖 환경에 적응하며 체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태어나자마자 목욕을 시키면 저체온증(hypothermia)이나 저혈당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목욕은 얼마나 자주 시켜야 할까요? 병원이나 조리원에서는 매일 한 번씩 시키지만, 집에서는 2~3일에 한 번으로도 충분합니다. 저는 처음에 매일 시켜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었는데, 소아과 의사 선생님께서 "아기는 아직 활동량이 많지 않으니 너무 자주 씻기면 오히려 피부가 건조해질 수 있어요"라고 하셔서 안심했습니다. 실제로 신생아는 경피수분손실(TEWL, Trans-Epidermal Water Loss)이 성인보다 높습니다. TEWL이란 피부 표면에서 수분이 증발하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아기는 피부 장벽이 약해 이 손실이 더 큽니다. 목욕을 자주 하면 피부 보호막이 손상되면서 수분 손실이 가속화됩니다.
다만 예외도 있습니다. 이유식을 먹다 많이 흘렸거나 기저귀 발진이 생겼을 때는 그때그때 씻겨주는 게 맞습니다. 저희 아이도 설사를 했을 때는 하루에 두세 번씩 좌욕을 시켰습니다. 또 지루성 두피염이 있는 경우에는 머리를 자주 감겨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지루성 두피염은 두피에 비듬처럼 하얀 각질이 생기는 증상으로, 심각한 질병은 아니지만 각질을 불려서 제거하는 것이 관리에 효과적입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물 온도와 목욕 시간, 안전의 첫걸음
목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 온도입니다. 저는 처음에 온도계로 재고 또 재고, 손으로 확인하고 팔꿈치로도 확인했습니다. 적정 온도는 38도 전후입니다. 여기서 38도란 미지근하다고 느껴지는 온도로, 성인이 느끼기에 "따뜻하다" 정도가 적당합니다. 너무 뜨거우면 아기 피부가 빨개지고, 너무 차가우면 체온 손실이 빠르게 일어납니다.
물 온도를 확인할 때는 손등이나 팔꿈치 안쪽으로 테스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손바닥은 온도에 둔감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온도계를 항상 준비해 두었지만, 결국 손과 팔꿈치로 느끼는 감각이 더 신뢰할 만했습니다. 목욕 시간은 10분 이내로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긴 시간 물에 담가두면 체온이 떨어지고, 피부가 과도하게 불어 오히려 건조해질 수 있습니다.
목욕 전 준비물을 미리 세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동선은 최대한 짧게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욕조 바로 옆에 수건, 기저귀, 옷, 로션을 순서대로 놓아두었습니다. 목욕 후 젖은 상태로 오래 이동하면 체온 손실이 급격히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희 아이가 한번은 목욕 후 옷을 찾으러 잠깐 자리를 비웠는데, 그 짧은 시간에도 몸이 차가워져서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목욕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얼굴: 눈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한 번씩 닦습니다.
- 머리: 천문(숫구멍) 부위를 세게 누르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 몸통: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접히는 부위를 꼼꼼히 씻깁니다.
- 등: 슈퍼맨 자세로 부드럽게 씻깁니다.
목욕 후에는 타월로 눌러 닦듯이 물기를 제거하고, 절대 문지르지 않습니다. 특히 접히는 부위는 물기가 남아 있으면 짓무름이 생길 수 있어 꼼꼼히 말려야 합니다.
탯줄 관리와 목욕 중 주의사항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신생아는 통목욕을 시키면 안 됩니다. 저희 아이도 집에 올 때 탯줄이 아직 붙어 있었는데, 조리원에서 "배꼽이 물에 닿으면 감염 위험이 있어요"라는 말을 듣고 조심했습니다. 탯줄이 있는 동안에는 간단히 물로만 닦아주고, 배꼽 주위는 깨끗한 거즈에 물을 묻혀 살살 닦은 뒤 완전히 건조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소독약은 꼭 필요하지 않으며, 가장 중요한 관리는 청결과 건조입니다. 탯줄이 떨어진 뒤부터 통목욕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목욕 시간대는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저는 수면 의식의 한 단계로 활용하기 위해 자기 전에 목욕을 시켰습니다. 목욕-수유-잠자기 루틴을 반복하다 보니 아이도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예방접종 당일이나 감기로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목욕을 피해야 합니다. 열이 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는 열이 나면 찬물에 담그기도 했지만, 이는 오히려 아기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열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대한소아과학회).
목욕 중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낙상과 익수 사고입니다. 아기는 순식간에 미끄러지거나 물에 빠질 수 있습니다. 제가 몇 달 뒤 익숙해졌다고 느끼는 순간, 오히려 그때가 더 위험했습니다. 긴장이 풀리면 작은 실수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목욕 중에는 절대 아기에게서 손을 떼지 않았고, 전화가 와도 받지 않았습니다. 목욕물의 깊이도 중요한데, 신생아는 5cm 깊이의 물에서도 익수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목욕 후에는 보습이 필수입니다. 로션을 손으로 비벼 따뜻하게 만든 뒤 발라주면 아기가 덜 놀랍니다. 배에 로션을 바를 때는 오른쪽 방향(장 운동 방향)으로 마사지하듯 발라주면 소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배꼽 부위에는 로션이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신생아 목욕은 익숙해지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조심해야 할 시기입니다. 저는 목욕을 단순한 씻기 시간이 아니라 아기 몸 상태를 전반적으로 확인하는 시간으로 활용했습니다. 피부에 발진은 없는지, 배꼽은 잘 마르고 있는지, 접히는 부위에 짓무름은 없는지 꼼꼼히 살폈습니다. 목욕은 위생뿐 아니라 아기와 교감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긴장감을 유지하되, 그 안에서 아기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건네며 유대감을 쌓아가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ehxfnpx56hE, https://www.youtube.com/watch?v=kS0PSXjR3z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