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이 지나면 걸어야 한다는 말, 주변에서 정말 많이 듣습니다. 실제로 15개월까지는 최소한 한두 발짝이라도 혼자 떼려는 시도는 보여야 한다고 합니다. 저희 아이도 다른 발달은 빨랐는데 걸음마만큼은 예상보다 늦어서 솔직히 마음 졸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놀이터에서 또래가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볼 때마다 괜히 비교가 되더라고요. 머리로는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쉽게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걸음마 시기,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너무 일찍 걸으면 다리가 휜다"는 말 때문에 일부러 세우지 않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건 사실과 다릅니다. 아기들은 태어날 때부터 돌 무렵까지 원래 다리가 약간 O자 형태로 발달하는 게 정상이고,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정됩니다. 걷는다고 해서 다리가 더 휘거나 허리에 무리가 가는 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15개월까지는 아무것도 잡지 않고 스스로 일어서는 모습이 보여야 하고, 적어도 한두 발은 떼려는 시도가 있어야 합니다. 걸음마는 대근육 발달의 한 과정이기 때문에 그 이전 단계들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목 가누기, 뒤집기, 앉기, 잡고 서기 같은 단계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면 걸음마도 곧 따라올 가능성이 큽니다.
저희 아이는 기기와 잡고 서기까지는 또래보다 빠른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조급해졌던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곧 걷겠지”라는 기대가 계속 무너지는 느낌이었거든요.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 발을 유심히 보며 혹시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소아과에서 다른 발달은 모두 정상이라고 했고, 그 말을 붙잡고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다만 18개월이 지나도록 전혀 혼자 걷지 못한다면 소아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대근육 발달뿐 아니라 언어, 인지, 사회성 등 다른 발달 영역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11~12개월 무렵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이런 부분들을 꼼꼼히 체크하시고, 집에서도 엄지와 검지로 작은 음식을 집는지, 간단한 말에 반응하는지, 숨겨둔 장난감을 찾는지 등을 관찰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걸음마는 개인차가 큰 영역
걸음마는 개인차가 큽니다. 아이의 기질도 영향을 줍니다. 조심스러운 성향의 아이는 세워놔도 금방 주저앉기도 하고, 반대로 활동적인 아이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시도합니다. 보호자가 너무 불안해서 계속 안고 다니면 시도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저도 아이가 비틀거릴 때마다 먼저 달려가 받쳐주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넘어질까 봐 걱정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가 제 손을 기다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한 발 물러섰습니다.
아이들은 넘어져보면서 균형을 배웁니다. 물론 안전은 중요하지만, 안전한 범위 안에서의 작은 실패는 발달에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비교는 생각보다 큰 독이 됩니다. 또래보다 늦다는 이유로 부모가 불안해하면 그 분위기를 아이도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더 크게 웃고, 더 크게 박수쳐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보행 연습, 정말 필요할까
걸음마 연습을 따로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불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기기, 잡고 서기, 걷기 같은 발달은 부모가 훈련하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해내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역할은 훈련이 아니라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엔 손을 잡고 매일 걷는 연습을 시켜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시키면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장난감을 조금 높은 곳에 두어 스스로 잡고 일어서도록 유도했습니다.
집 안을 안전하게 정리하고, 날카로운 모서리에는 보호대를 붙이고, 넘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매트를 깔았습니다. 아이가 비틀거리더라도 바로 달려가지 않고 “괜찮아, 다시 해볼까?” 하고 응원해주었습니다. 보행기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다리 근육과 균형 감각을 스스로 발달시킬 기회를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나니 어느 날 갑자기 서너 발을 혼자 걷더라고요. 그 뒤로는 생각보다 빠르게 걸음이 늘었습니다. 아이는 자기 속도를 지키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걸음마를 빨리 뗀다고 두뇌 발달이 더 좋아지거나 키가 더 크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늦게 걷는다고 해서 다른 발달에 문제가 없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15개월까지는 지켜보자”는 기준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는 최대한 조급해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 기다림이 결국 아이의 첫걸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다고 믿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w8T23AH3tY, https://www.youtube.com/watch?v=fyRFswXdKnU